오늘의 독후감(서평)은 조원재 작가의 '방구석 미술관'이다. 이 책의 작가 조원재씨는 2016년부터 '미술은 누구나 쉽고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는 모토 아래 팟캐스트 '방구석 미술관'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에 대한 오해와 허례허식을 벗겨 '미술, 사실은 별거 아니구나!'를 깨닫고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청취자와 소통 중인데, 이 책은 그것의 연장 선상에 있다. 우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예술가를 생생한 시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이 책을 통해 예술가의 숨소리를 듣고, '자유와 상상의 날개를 펴고' 미술과 소통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이 책은 천재 화가들과 작품을 유머러스하게 소개한다. 누구나 쉽고 재밌게 미술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는 것도 아니다. 한 화가의 평생을 들여다보게 되니 거기에 따르는 감동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그들의 열정과 사랑에 자연스럽게 숙연해진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명쾌하게 알았고, 끊임없이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된다. 아래에서는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고흐의 시기별 작품과 삶에 대한 감상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1886년 새로운 예술을 발견하고자 무작정 네덜란드에서 파리로 상경한 시기이다. 당시 파리를 접수한 것은 '녹색 요정'이라 불리는 술 '압생트'였다. 이 술은 알코올 도수가 40~70퍼센트에 달하던 독주였고, 산토닌을 품고 있었다. 산토닌은 과다 복용 시 부작용이 있는데, 바로 황시증이다. 세상이 모두 노랗게 보이는 것이다. '프로방스의 건초더미', '해바라기'에는 강렬히 타오를 것 같은 일촉즉발의 샛노랑을 볼 수 있다. 압생트라는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긴 노란색.
두 번째 시기는 '붕대로 귀를 감은 자화상'을 그린 시기이다. 압생트의 진정한 저주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튜존이다. 이 성분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정신착란과 간질 발작을 일으킨다. 점차 격렬해지는 정신착란과 귀를 막아도 끊임없이 들리는 환청으로 결국 자신의 귀를 자르게 된다. '붕대로 귀를 감은 자화상' 속에는 슬픔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고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노란 방, 노란 낯, 초록 눈동자는 마치 압생트를 머금은 듯하다.
세 번째 시기에는 압생트로 인한 온갖 중독 증세를 떨쳐 내고자 노력하며 제 발로 정신병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압생트를 끊고 오로지 그림에만 몰두하며 갱생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이때 '별이 빛나는 밤'과 '붓꽃'이 탄생한다. 온통 샛노랗던 화면도 어느새 절제된 안정으로 균형을 찾는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생각, 추천 이유
이 책에 나오는 예술가들은 대부분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중반까지의 대표적인 화가들이다. 이 시기는 미술사에 있어서 혁명 같은 시대이다. 또 예술가의 주 무대인 파리는 혼돈 그 자체, 어디든 예술이 있고, 예술가가 있고, 다들 예술을 논하고 즐겼다. 그 혼돈의 시대에 총 14명의 천재 예술가에 대한 삶을 이야기한다.
죽음 앞에 절규한 에드바르트 뭉크, 미술계의 여성 혁명가 프리다 칼로, 나풀나풀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 전 세계가 사랑한 영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세상에서 가장 로맨틱한 그림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 19금 드로잉의 대가 에곤 실레, 자연의 삶을 동경했던 폴 고갱, 그림은 아는데 이름은 모르는 에두아르 마네, 로맨틱 풍경화의 대명사 클로드 모네,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접수한 폴 세잔, 20세기가 낳은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 순수한 사랑을 노래한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 최초의 추상미술을 창조한 바실리 칸딘스키, 현대 미술의 신세계를 연 마르셀 뒤샹.
이 책을 읽으면 유명한 예술가뿐만 아니라 그동안 그림은 알았지만 작가는 몰랐던 작품들을 알 수 있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예술이 한 발자국 가깝게 다가온다. 미술관 입문서로 이만한 책이 없는 것 같다.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느낀 점
이 책을 통해 시대상을 포함하고 있는 회화 속 모습들, 당시의 시대상이 미술 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알아가는 과정은 작품 자체를 '보다'는 행위를 뛰어넘어 '이해한다'의 즐거움을 얻게 해 준다. 또한, 예술가가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그림에 담아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들은 기존 사조와 싸우며, 성실하고 깊이 있게 자신의 그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탐험한다. 대가가 되는 게 100%의 천재성은 아니니까.
기존과 다른 나만의 예술 세계에 도달하는 것. 멋진 삶을 산다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느꼈다. 또한 예술사에 대한 기초 가닥을 잡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다시금 유화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피어올랐다. 나중엔 유화를 완성하고 티스토리에 올리는 걸 목표로 하며 독후감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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